ChatGPT Image 2026년 1월 29일 오전 09 23 18

작년 겨울, 지하철 플랫폼에서 7분을 서성였다. 반대편 열차를 타면 더 빨리 집에 가지만, 환승 통로가 길다. 익숙한 노선을 고르면 몸은 편한데 시간은 늦어진다. 별것 아닌 선택인데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다가 결국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몸이 움직였다. 그날 이후로 이런 장면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메뉴판 앞에서 오래 멈춰 선 사람, 이직 공고를 열어두고 닫지 못하는 친구, “그때 왜 그랬지”라는 말을 반복하는 선배까지.

나는 선택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기자 일을 하면서 정보는 충분히 모으고, 손익은 계산하고,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런데 막상 개인적인 결정 앞에서는 딱히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취재할 때보다 더 우물쭈물했고, 이미 지나간 선택을 계속 복기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찝찝함이 남았다. 틀린 게 아니라, 덜 솔직했던 게 문제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인정하게 됐다.

얼마 전 후배와 술을 마시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형, 저는 뭘 고르든 약간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우리는 선택을 할 때 항상 최적해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부분 차선이나 차차선을 고른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결정 자체보다 후회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 같다.

청춘결정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거창한 해답을 적기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흔들리고, 어떤 이유로 돌아서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기록해보고 싶었다. 성공담보다 망설임이 더 많고, 확신보다는 애매함이 길게 남는 순간들 말이다. 그런 기록이 쌓이면, 누군가의 다음 선택이 아주 조금은 덜 외로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도윤 기자로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뷰했지만, 정작 내 결정에는 늘 핑계를 붙였다. 바빠서, 타이밍이 아니어서, 상황이 애매해서. 이제는 그 이유들까지 포함해서 남겨보려고 한다. 좋은 선택을 하는 법보다는, 덜 후회하는 선택에 가까워지는 과정 쪽이 더 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르니까.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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